승진 평가 기준의 진실 (성과주의, 협업능력, 투명성)

 

승진 평가 기준의 진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승진 평가에서 개인 성과 외에 협업 능력과 조직 기여도를 50% 이상 반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인사팀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승진이 단순히 실적 순위로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승진 심사 회의에 참여하면서 완전히 다른 현실을 보게 됐습니다.

성과주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승진 결정

제가 직접 참여한 승진 심사 회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영업 실적 1위 직원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였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당연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었죠. 하지만 회의에서는 이 직원에 대한 팀 내 협업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동료들과의 정보 공유를 거부하고, 신규 입사자 교육에도 비협조적이었다는 보고가 누적돼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다국적 기업의 78%가 KPI(핵심성과지표) 외에 동료 피드백과 조직문화 적합성을 승진 평가에 포함하고 있습니다(출처: HBR). 이는 단순히 개인이 얼마나 잘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실제로 제가 본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영업 실적은 중간 수준이었지만 승진 후보로 올라온 직원이 있었습니다. 이 직원은 신규 입사자를 위한 교육 자료를 자발적으로 만들었고, 팀 내 지식 공유 세션을 주도하면서 팀 전체의 평균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회의실에서 임원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 직원은 혼자 100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팀 전체를 120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협업능력과 조직 기여도가 평가되는 방식

그렇다면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업 능력을 평가할까요?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크게 세 가지 지표를 활용했습니다.

  1. 동료 피드백(Peer Feedback): 같은 팀이나 협업 부서 직원들이 작성한 평가 의견을 취합합니다. 여기서는 의사소통 방식, 협업 태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기여도 등이 평가됩니다.
  2. 리더십 잠재력(Leadership Potential): 팀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는지, 후배 직원 멘토링에 참여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3. 조직문화 적합성(Cultural Fit):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행동 방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투명성과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직원은 감점 요인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 세 가지 지표는 사실 숫자로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사팀에서는 정성평가(Qualitative Assessment)라는 이름으로 관리하는데, 여기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생깁니다. 동일한 행동도 어떤 관리자는 "적극적"이라고 평가하고, 다른 관리자는 "독단적"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보고서를 보면, 협업 능력 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측정 기준의 모호함"이라고 지적합니다. 성과는 매출액, 계약 건수 등으로 명확히 보이지만, 협업은 정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360도 다면평가(Multi-rater Feedback)를 도입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명성 부족이 만드는 불신과 해결 방향

이런 평가 방식이 조직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인사팀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저는 목표를 다 달성했는데 왜 승진하지 못했나요?"였습니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3%가 자신의 승진 탈락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평가 기준이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 성과는 눈에 보이지만, 협업 능력이나 조직 기여도는 어떻게 평가받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업들이 평가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협업 능력 20%, 리더십 잠재력 15%, 조직문화 적합성 10%" 같은 식으로 비중을 명시하고, 각 항목이 어떤 행동으로 평가되는지 예시를 제공하면 직원들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선진 기업에서는 승진 가이드라인을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분기마다 1:1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알려주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성과 중심 평가와 협업 중심 평가 사이의 균형입니다. 협업만 강조하다 보면 개인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성과만 강조하면 조직 전체가 파편화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본 케이스 중에는 팀 실적은 좋았지만 구성원 간 갈등이 심해서 이직률이 급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결국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평가할 것인지가 앞으로 인사 관리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승진은 더 이상 개인의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오히려 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습니다. 회사는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은 자신의 성과뿐 아니라 조직 기여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 참고: https://hbr.org/2016/10/the-performance-management-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