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채용 경력화 (중고신입, 직무 적합성, 실무 경험)
솔직히 저는 13년 전 제가 처음 인사팀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신입 사원 면접에서 '열정'과 '패기'를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면접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신입 채용 공고인데도 '직무 유관 경력'이 있는 중고신입을 우대한다는 문구가 당연하게 들어가고, 실제로 최종 합격자 중 70%가 인턴이나 계약직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로 채워지는 것을 보며 저조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입 채용이 경력직처럼 바뀐 이유
최근 취업 포털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60% 이상이 신입 채용에서도 '경력이 있는 신입'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여기서 말하는 경력이란 반드시 정규직 경력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턴십(Internship), 계약직, 심지어 관련 분야 아르바이트까지 포함됩니다. 기업들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명확합니다. '즉시 전력감'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근 진행한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이런 변화를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입사 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겠습니까?"라는 추상적 질문 대신, "우리 회사의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식의 실무 중심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소위 '쌩신입'은 이런 질문 앞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무 적합성(Job Fit)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졌습니다. 직무 적합성이란 지원자가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뜻합니다. 예전에는 학점, 어학 성적, 자격증 같은 정량적 스펙으로 지원자를 평가했다면, 지금은 "이 사람이 입사 첫날부터 우리 팀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가?"를 최우선으로 검토합니다. 인사팀 내부 회의에서도 "어설픈 스펙 10개보다 제대로 된 실무 경험 1개가 낫다"는 말이 공식처럼 통용됩니다.
중고신입이 주목받는 채용 시장의 현실
중고신입이란 신입이지만 1년 미만의 짧은 경력이나 인턴 경험을 보유한 지원자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완전히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력직이라고 부르기에는 경험이 적은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제가 최종 합격자 명단을 검토하면서 놀란 점은, 이런 중고신입 비중이 70%를 넘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뽑아서 몇 달씩 교육시키는 것보다, 타사에서 짧게라도 일해본 사람을 데려오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교육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면접장에서도 대외활동만 수십 개 한 지원자보다, 작은 스타트업에서라도 고객 클레임을 직접 처리해본 지원자의 답변에 면접관들의 고개가 더 깊게 끄덕여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입은 말 그대로 가르쳐서 키워야 할 인재 아닌가?"라는 의견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기업들이 처음부터 완성형 인재만 찾으려 하니, 취준생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경력을 쌓으려면 일자리가 필요한데, 일자리를 얻으려면 경력이 필요하다'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실무 경험이 평가 기준의 중심이 된 이유
요즘 채용 시장에서는 단순히 학점이 높거나 토익 점수가 좋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무 경험과 문제 해결 역량이 최우선 평가 항목이 되었습니다. 실무 투입 가능성(Immediate Deployment)이라는 기준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입니다. 실무 투입 가능성이란, 신입 사원이 입사 후 얼마나 빨리 실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제 경험상,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지원자는 화려한 프로젝트 경험을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경험이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 불만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배웠는지를 직무와 연결해서 말하는 지원자가 훨씬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거창한 경력이 없으면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인사팀이 원하는 건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아주 작은 아르바이트라도 그 안에서 직무와 연결된 '태도'와 '학습력'을 보여주는 것이 본질입니다. 실제로 최근 합격한 지원자 중 한 명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고 관리 시스템을 스스로 개선한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그 구체성과 주도성이 면접관들에게 큰 점수를 받았습니다.
수시 채용 확대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시 채용이란 정해진 공채 일정 없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인재를 뽑는 방식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빠르게 충원할 수 있어 선호됩니다. 결국 신입 공채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경력직 채용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입니다.
취준생과 기업이 각각 해야 할 일
이런 채용 트렌드 속에서 취준생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를 권합니다.
- 화려한 경력 쌓기에 매몰되지 말고, 본인의 일상적인 경험을 직무 언어로 해석하는 힘을 기르세요. 작은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 수업 등 어떤 경험이든 그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 과정'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인턴이나 단기 계약직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세요. 비록 몇 개월짜리 짧은 경험이라도, 실무를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가 서류 전형과 면접에서 큰 무기가 됩니다.
- 직무와 관련된 전문 용어와 개념을 미리 공부하세요. 면접에서 업계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지원자는 '이미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반면, 기업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기업들이 신입에게 경력을 요구하기보다 잠재력을 알아보는 눈을 다시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신입은 말 그대로 '신입'입니다. 가르쳐서 키워야 할 인재를 처음부터 완성형으로만 찾으려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손해입니다. 신입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즉시 전력감만 찾다 보면, 결국 인재 풀 자체가 좁아지고 다양성도 떨어집니다.
솔직히 저도 인사팀에서 일하면서 이런 딜레마를 자주 느낍니다. 회사는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니 경험 있는 신입을 선호하지만, 그렇게 뽑은 사람들이 정작 몇 년 후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기업도, 취준생도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신입 채용의 경력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 흐름 속에서도 취준생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거창한 경력이 아니라 작은 경험이라도 그 안에서 배운 점을 직무와 연결하는 능력, 그것이 지금 채용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기업들도 단순히 '즉시 전력감'만 찾지 말고,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저 역시 인사 담당자로서 이런 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참고: 고용노동부/취업 포털 '기업의 신입 사원 경력 선호 현황' 조사 결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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